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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과 식재료

과메기, 겨울 바람이 만든 반건조의 맛 — 제대로 알고 먹는 법

by 푸라 2025.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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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면 유난히 “오늘 과메기 어때?” 같은 말이 자주 들립니다. 누군가에게는 냉장고에 김치가 떨어지면 허전한 것처럼, 과메기가 빠지면 겨울이 덜 온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는 과메기를 꽤 익숙하게 먹으면서도, 막상 누가 “과메기가 어떤 음식이냐”고 묻기 시작하면 설명이 조금씩 길어집니다. “청어였나, 꽁치였나… 말린 생선인데 완전히 말린 건 아니고…” 이쯤에서 설명이 선뜻 이어지지 않습니다.

과메기는 단순히 “말린 생선”이라고 부르기에는 애매한 음식입니다. 완전한 건어물도 아니고, 생선회도 아닌 그 중간 상태에서 식감과 향이 만들어지고, 그 과정에서 흔히 ‘비린 맛’으로 오해되는 지점도 함께 생깁니다.

그래서 과메기는 늘 먹는 방법은 익숙하지만, 어떤 음식인지 또렷하게 설명하기는 어려운 음식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과메기의 정체가 무엇인지, 왜 겨울 음식으로 자리 잡았는지, 맛의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와 함께 고르는 기준과 부담을 줄이는 먹는 방식까지 차분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겨울철 해풍을 맞으며 덕장에서 반건조되는 꽁치 과메기 모습
겨울 바람 속에서 자연 건조되는 과메기 덕장 풍경

1. 과메기란 무엇인가

과메기는 전통적으로 청어를 사용했으며, 오늘날에는 주로 꽁치를 사용합니다. 이를 겨울철의 차갑고 건조한 바람에 반건조해 만든 음식이 바로 과메기입니다. 핵심은 “완전히 말린다”가 아니라 “적당히 말린다”에 있습니다.

완전 건조를 목표로 하는 북어·황태 같은 건어물은 수분을 확 낮춰 보관성을 극대화합니다. 반면 과메기는 살의 수분이 일정 부분 남아 있어, 씹을 때 꾸덕함기름진 감촉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이 ‘중간 상태’가 과메기를 과메기답게 만드는 포인트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특징은, 과메기 과정이 단순한 건조가 아니라 변화(숙성)에 가까운 단계를 포함한다는 점입니다. 공기, 온도, 시간의 조합 속에서 생선의 단백질과 지방이 조금씩 달라지고, 향과 맛의 결이 생깁니다.

그래서 과메기를 “그냥 말린 생선”이라고만 보면 왜 어떤 과메기는 고소하고 깔끔한데, 어떤 과메기는 냄새가 강하게 느껴지는지 설명이 어렵습니다. 과메기는 ‘말렸다’보다 ‘적절히 변화시켰다’에 더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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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과메기가 겨울 음식인 이유

과메기가 겨울 음식이 된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과메기는 원래 “겨울에 먹어야 맛있는 음식”이라기보다, 겨울에 만들 수밖에 없었던 음식에 가깝습니다.

전통 방식의 과메기는 자연 조건에 크게 의존합니다. 기온이 낮아야 미생물 번식이 과도하게 늘지 않고, 습도가 낮아야 표면이 무르지 않으며, 바람이 있어야 수분이 천천히 빠져나가 살의 결이 균일하게 잡힙니다.

냉장·냉동 기술이 보편화된 지금도, 자연 건조가 만들어내는 결과가 따로 느껴지는 이유는 여기 있습니다. 냉장고는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지만, 바람과 건조의 “흐름”까지 만들어주지는 못합니다. 과메기의 식감이 단순한 수분 감소가 아니라 ‘표면과 내부가 다른 속도로 변하는 과정’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겨울은 그 과정이 안정적으로 진행되기 쉬운 계절입니다. 그래서 과메기는 ‘계절 음식’이 되었고, 우리는 매년 겨울마다 자연스럽게 그 맛을 찾게 됩니다.

과메기 제작을 위해 겨울철 꽁치를 손질하는 어촌 작업 현장
과메기 준비를 위한 꽁치 손질 과정

3. 과메기의 맛이 사람마다 다른 이유

“과메기 좋아요?”라고 물으면 반응이 유난히 갈립니다. 좋아하는 사람은 겨울마다 기다리고, 싫어하는 사람은 한 번도 손이 가지 않습니다. 이 호불호는 취향 문제도 있지만, 사실은 같은 과메기를 먹지 않았을 가능성도 큽니다.

과메기의 맛이 달라지는 대표 요인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산지, 어종, 건조 정도, 그리고 신선도(산패 경계)입니다.

먼저 어종입니다. 전통적으로 청어 과메기가 유명하지만, 현재 유통에서는 꽁치 과메기가 흔합니다. 지방의 성향이 다르고, 같은 방식으로 건조해도 고소함과 향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다음은 건조 정도입니다. 덜 말리면 부드럽고 촉촉하지만, 사람에 따라 “비린 향이 더 난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많이 말리면 꾸덕함이 좋아지지만, 어떤 분은 “질기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과메기의 매력은 사실 이 중간 지점에서 나오는데, 그 지점이 집집마다, 가게마다 다릅니다.

그리고 가장 민감한 포인트가 신선도와 산패의 경계입니다. 과메기는 지방이 많은 생선을 다루는 음식입니다. 지방은 맛을 풍성하게 만들지만, 관리가 좋지 않으면 불쾌한 냄새로도 바뀔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비린 맛”이라고 뭉뚱그리는데, 실제로는 비린 향(생선 본연의 향)과 산패로 인한 불쾌취가 섞여 느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과메기를 싫어하게 된 경험이 있다면, 그때 먹은 과메기가 어떤 상태였는지 한 번 떠올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4. 제대로 알고 고르는 기준

과메기는 어떤 상태의 것을 고르느냐에 따라 맛이 확 달라집니다. 반건조·지방·숙성이라는 요소가 동시에 있기 때문에, 몇 가지 기준만 알고 가도 만족도가 크게 달라집니다.

  • : 과하게 검거나 탁한 느낌이 강하면 피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자연스러운 짙은 붉은빛·갈색빛의 결이 있고, 단면이 지나치게 푸석하지 않은 편이 좋습니다.
  • 윤기: 과메기는 지방이 맛의 핵심입니다. 표면에 은은한 윤기가 도는지 확인해 보세요. 다만 번들거림이 과하거나 끈적한 느낌이 강하면 보관 상태를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 냄새: ‘생선 향’은 있을 수 있지만, 불쾌한 산패 냄새(톡 쏘거나 쓴 기운)가 나면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과메기에서 중요한 건 “강한 냄새”가 아니라 “깔끔하게 남는 향”입니다.
  • 식감: 손으로 살짝 눌렀을 때 너무 물러지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딱딱하면 건조 밸런스가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적당히 탄성이 있고, 결이 살아 있는 느낌이 이상적입니다.

이 기준만 알고 있어도 실패할 가능성은 크게 줄어듭니다. 과메기는 취향 음식이 맞지만, “좋은 상태의 과메기를 먹었는가”가 취향을 만들기도 합니다.

과메기를 김과 깻잎에 마늘, 채소와 함께 싸서 먹기 직전의 모습
겨울철 과메기를 김에 싸서 즐기는 전통적인 식사 장면

5. 과메기를 어떻게 먹어야 부담이 적을까

과메기는 맛이 진해 흔히 술안주로 떠올리지만, 꼭 그렇게만 먹어야 하는 음식은 아닙니다. 과메기를 편하게 즐기는 분들을 보면, 상황에 따라 중심에 두기도 하고 살짝 곁들이기도 하며 먹는 방식이 나뉘어 있습니다.

김은 그저 함께 싸 먹는 재료라기보다, 과메기의 기름진 맛을 한 번 눌러 주는 역할을 합니다. 김을 곁들이면 입안에 남는 맛이 정돈되면서 과메기의 향도 한결 또렷해집니다.

미나리나 쪽파, 무채 같은 생채는 과메기의 묵직한 식감을 가볍게 풀어 줍니다. 과메기를 먹다 부담을 느끼는 이유는 비린 맛 때문이라기보다, 같은 맛이 계속 이어질 때가 많습니다. 생채를 함께 먹으면 그 흐름이 자연스럽게 끊어집니다.

마늘 역시 조금만 곁들이면 향을 덮기보다는 전체 맛을 정리하는 쪽에 가깝게 작용합니다. 다만 양이 많아지면 오히려 생선 향이 더 도드라질 수 있어, 본인에게 맞는 선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과메기는 한 번에 많이 먹기보다, 맛을 나눠 즐길수록 부담이 적은 음식입니다. 몇 점만으로도 충분히 풍미가 전달되는 편이라, 이 선을 넘기면 처음엔 좋게 느껴지던 맛도 쉽게 부담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결국 과메기를 주인공으로 먹고 싶을 때는 김과 생채, 약간의 마늘로 균형을 잡아 주는 편이 좋고, 가볍게 즐기고 싶을 때는 식사 흐름 속에 소량을 끼워 넣는 방식이 훨씬 편합니다.

6. 마무리

과메기는 특별한 음식을 만들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결과라기보다, 겨울이라는 계절이 가진 조건이 자연스럽게 만들어 낸 방식의 결과물에 가깝습니다. 낮은 기온과 건조한 공기, 그리고 바람이 맞물리면서 완전히 마르지 않은 상태의 균형이 가능해졌고, 그 균형이 과메기 특유의 꾸덕한 식감과 고소한 풍미를 남겼습니다.

그래서 과메기는 분명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지만, 알고 먹으면 그 간극이 줄어드는 음식이기도 합니다. 과거에 느꼈던 거부감이 과메기 자체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상태가 좋지 않았던 과메기였는지, 혹은 먹는 구성과 방식이 맞지 않았던 경험이었는지를 한 번만 나누어 생각해 보아도, 다음 겨울의 과메기는 조금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매년 같은 겨울이 찾아오는데도 과메기가 새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음식이 바뀌어서라기보다 우리가 그 음식을 대하는 방식이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겨울이 되면 과메기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유, 이제는 설명할 수 있는 계절이 되었으면 합니다.


참고: 본 글은 일반적인 식문화 및 섭취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의 알레르기, 기저질환, 식이 제한이 있는 경우에는 본인에게 맞는 방식으로 조절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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